중동 산유국-美 셰일 허브 '동반 침몰' 승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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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중동 산유국와 미국의 셰일 혁명 심장부를 동시에 강타했다.
텍사스와 오클라호마를 포함해 미국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가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유가 폭락에 극심한 경기 한파를 맞았고, 중동 산유국들과 러시아 역시 재정 악화와 성장률 추락 등 오일 쇼크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됐다.
국제 유가의 '서브 제로' 사태에 승자는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유시장 패권 다툼을 벌였던 사우디 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산유국과 미국 셰일 업계가 동반 침몰할 위기라는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석유업계가 '셧다운'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기존의 유전을 폐쇄하는 한편 신규 프로젝트를 일제히 중단했고, 정제 시설 역시 가동을 멈췄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셰일 업체 유닛 코프가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고, 주요 외신들은 관련 업체의 줄도산을 예상하고 있다.
셰일 혁명을 앞세운 미국의 에너지 독립에 대한 야심이 이번 유가 폭락 사태로 좌절될 위기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국제 유가의 손익분기점(BEP) 측면에서 셰일 업계가 중동 석유업체에 비해 유리하지만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견디기는 어렵고, 대규모 부채 및 만성 적자와 맞물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텍사스와 노스 다코타, 와이오밍, 웨스트 버지니아 등 석유 산업이 밀집한 지역의 경제는 이미 극심한 하강 기류를 연출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의 대규모 감원과 비즈니스 마비로 인해 민간 소비부터 서비스 경기까지 급랭했고, 해당 지역의 재정 역시 크게 악화됐다.
시장조사 업체 BW 리서치 파트너십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석유가스 업계의 감원이 5만1000건에 달했고, 4월 이후 감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상황은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사우디 재정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국제 유가 수준은 배럴당 80달러.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진 데 따라 올해 사우디의 재정적자가 GDP의 10%에 이를 전망이다.
산유국들은 일제히 예산 삭감에 돌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와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 에미리트 등 산유국들은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예산을 축소하는 한편 부채 한도를 늘리고 나섰다.
카타르와 아부다비는 각각 100억달러와 70억달러 규모로 채권 발행에 뛰어들었다. 유가 폭락에 따른 최악의 사태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산유국들도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라크는 다음달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고,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침체를 경고하는 등 유가 폭락에 따른 충격이 이미 가시화됐다.
채권시장의 경계감도 두드러진다. 오만이 발행한 2029년 만기 유로본드의 수익률이 지난달 초 6% 내외에서 최근 10.7%까지 치솟았다.
노무라의 롭 수바라만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에 마이너스 유가까지 산유국들이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며 "부채 규모가 높은 국가는 커다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영국 석유업체 BP의 존 브라운 전 대표는 원유 수요가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 산업에 해당하는 셰일을 침몰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제 금융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 원유 수요가 살아나 유가가 안정적인 수위에 이르기 전까지 근본적인 해법은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대립각을 세운 가운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20%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14달러 선에서 등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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